서해바다 같은 남자
살아가기에 책임이 생기네. 본문
오늘은 2016년을 꼭 한 달 남긴 날이다.
아쉬운 기분이 가득한 데다 날씨도 흐릿해서 두배는 더 가라앉는 날이다. 어제는 아버지가 다녀 가셨다. 일이 있어 오셨다가 들르셨다. 한 손에는 콜라, 사이다와 우유가 들려 있었다. 그냥 음료수인데 뭔가 짠 하더라. 여하튼 그리 응원이 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고 가셨다. '그저 잘해라. 본인은 더 힘들었다. 너만 보고 있다.'라는 늘 하시던 이야기를 하고 가셨다. 너무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또 상기시켜 주셨다. 저번 주말에 약속시간을 기다리면 카페에 앉아 있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은 웃고 있고, 카운터에 직원은 주문을 받고, 밖에 버스 안에는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이, 운전하는 버스 기사님, 그리고 그걸 보고 있는 나, 각자 완전히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 내가 저 웃는 사람들 속에 들어 있는데도 마음은 웃지 않았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건지,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 확실한 것은 난 무책임한 상태라는 것이다. 실내화 가방을 질질 끌고 가는 초등학생 같이 알면서도 힘 빼고 있는 거다. 이 아픔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떤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해야하고 친구가 있어 그런 행동을 해야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 느낌이다. 나만의 존재를 인정받고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 행위를 정해 놓아서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나는 숨만 쉬고 있었을 뿐인데 살아가기에 나에게 기대하고, 원치 않았던 책임이 생겨버리네.
'머리속 잡념의 밭을 일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 짠내나는 악몽을 꾼다. (0) | 2016.12.16 |
---|---|
두려움에 움츠리고 있다. (0) | 2016.12.03 |
첫눈이 내려 버렸다. (2) | 2016.11.26 |
조용한 삶의 포근한 불안함. (0) | 2016.11.20 |
뒤돌아서 기다리고 있나 봐. (0) | 2016.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