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같은 남자

머리를 만지고. 본문

머리속 잡념의 밭을 일구자

머리를 만지고.

뻬호 2021. 11. 17. 20:49

예전에도 머리를 만지고 옷을 갖춰 입었었다. 새롭고 싶어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게 귀찮아지고 살이 쪘던 것 같다. 살이 먼저인지 귀찮음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꾸민다고 멋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멋 내려고 애쓴 느낌이었을 거다. 그때의 나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고 새롭고 싶었다. 그나마 해서 이 정도인지 의문이지만 되돌아보면 새롭게 거듭나진 않았다. 속을 채우려 하지 않고, 겉모습만으로 변하려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공허함 속에 겉모습을 챙기는 것인가. 첫 생각은 나잇값 하자이다. 언제까지고 추리닝 바지에 프린트티 입고 다닐 수야 없지 않느냐. 물론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다지만 겉모습이란 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 집에 오고 나서 느끼는 박탈감 때문이다. 같은 곳에 살고 있지만, 난 가짜이고 저쪽은 진짜인 느낌이다. 계속 이동해야 한다는 불안감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겉으로라도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혹시 아냐. 그런 사람인 척 다니면 진짜 그런 사람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젠 적응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없이 시간이 지나버렸다. 세상을 내 멋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자신감은 어디 가버렸냐. 아침이 기다려지던 희망찬 나는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잘하고 있었고, 잘 할 거다.
계획대로 되면 내 인생이 아니지.
여기가 지옥이 아니라면 지옥은 정말 가면 안 되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