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같은 남자

세월엑스를 보았다. 본문

머리속 잡념의 밭을 일구자

세월엑스를 보았다.

뻬호 2016. 12. 27. 18:59

 26일 새벽까지 기다리다 결국 26일 오후부터 지금까지 보게 되었다. 집중력이 흐려졌을 때는 끊고 한참 있다 다시 보았다. 거의 9시간이 되는 동영상을 다시 들여다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너무 느린 진행에 답답했지만, 중반부터 나오는 관측 화면과 계산식과 자료들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배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영상을 보며 자로가 고등학생이 아닐까 생각했다. 컴퓨터도 잘하고 자료수집도 열심히 하는 관심이 많은 학생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중후반부에 자신의 아이 이야기가 나오며 내 편견에 반성하게 됐다. 9시간 동안 편견을 버리자고 그렇게 말하는데 보는 내내 의심하고 있었나 보다. 반성하고 고쳐야 할 모습이다.

 지금까지 나온 큰 의혹들의 씨앗을 반박하는 것은 참 멋졌다. 그리고 A부터 Z까지 검증해서 오류가 얼마이고 데이터의 정확성까지 보여주는 모습이 파파이스와는 확연히 달랐다. 세월엑스를 보지 않았다면 사인규명이 되더라도 닻에 의한 침몰로 생각했을 것이다. 난 자료를 분석하지 않아서 어떠한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파파이스보다 수준 높은 설명을 해주고 있는 것은 맞아 보인다. 하지만 나도 자로와 같은 입장이다. 까자는 게 아니고 훌륭한 토론과 정보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해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응원해 주고 싶다. 다들 대단하다.

 난 총 4개의 세월호 팔찌를 사서 3개는 지인을 주고 하나는 외출 시 거의 차고 나간다. 추모하는 느낌도 있고, 진상규명이 확실히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팔찌를 하는 제일 큰 이유는 바르게 살기 위해서다. 세월호가 해경 한 명 때문에, 선장 한 명 때문에, VIP 한 명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사건들에 얽혀 그 상황 까지 갔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상황에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도 나 혼자 도망가지 않았을까. 누구는 이리 말한다. '내가 거기 있었으면 그렇게 안 도망쳐.'라고. 과연 그럴까. 평소부터 마음가짐이 바른 자가 급한 순간에도 바른 행동을 하지 않을까. 뭐 거창하게 썼지만, 세월호 팔찌를 차고 있는 동안은 선행을 특별히 하는 건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예를 들면 바닥에 침도 안뱉고, 무단횡단도 안하고, 과속도 안하려고 한다. 나중에 혹여나 누군가 구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이 훈련에 의해 바른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할 뿐이다.

 세월엑스의 마지막 장면에 보면 맨 아래 오른쪽에 '준'이라는 글자가 있다. 아이 일까? 본인 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 어쨌든 이렇게 꼼꼼한 사람이 마지막에 오타를 낼 일은 없다고 본다. 누가 되었건 난 자로에게 감사와 위로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4월이 되면 마음이 무겁다는 자로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다큐 다이빙벨을 보면 후반부에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행진 속 아버지는 본인이 해경 지시를 따르라고 해서 아들이 돌아올 수 없었다고 자책을 한다. 거기에 이상호 기자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저라도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라며 위로를 한다. 자로의 영상 속에서 본인도 아이를 보낼 때 아무것도 못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자로는 수많은 의혹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굉장한 정보와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자로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과 진정어린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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