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 같은 남자
비수면 대장내시경 썰푼다. 본문

전날 장을 비우는 것은 똑같다. 난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물을 마시면 바로 싸야 하더라. 물 두모금 마시면 두모금을 싸고, 한모금을 마시면 한모금을 싸더라. 새벽까지 못자다가 물로 입만 헹구고 3시간쯤 잤다.

건강검진에서 다른 검사 얘기는 접어두겠다.
건강검진의 마지막 코스로 내시경을 위해 침대가 있는 방에 들어갔다. 여성 간호사 1분, 여성 의사 1분이 계셨다. 민망하진 않았다. 긴장감이 민망함을 이겼다. 난 하나의 고깃덩이라는 생각으로 긴장된 심신을 위안시키고 있었다.
“무릎을 바싹 당겨서 새우자세를 하세요.”
시작되는가 보다.
비수면 대장내시경의 경우 진통제를 맞아야 한다고 해서 손등에 바늘 구멍을 냈었는데, 순식간에 주사 넣고, 입에 동그란 기구를 채워고는 비수면 위장 내시경이 시작되었다.
술먹고 속이 안 좋거나 체했을 때 손가락을 넣어서 구토를 한적이 있을것이다. 위장내시경은 순대를 자르지 않고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 느낌이다. 차갑지 않다. 미지근 하다. 마취제를 뿌려놔서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도 하고싶지는 않지만 계속 헛구역질이 난다. 헛구역질을 하지 말라고 자꾸 그러는데 내맘대로 되지가 않았다. 대기하며 읽었던 안내문대로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어 본다. 좀 괜찮다. 이것도 빨리 했더니 천천히 하란다. 마치 딸꾹질을 세번만 하고 끝내라는 주문 같았다. ‘아 토할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5분이내에 위장 내시경은 끝났다. 짧고 굵게 간다. 계속 토할것 같다는 생각 뿐이었다. 입덧이 이런 느낌일까.
이제는 침대를 돌리고 나의 엉덩이 차례다. 마취제 같은걸 바르는 것 같은데 구녕에 근처 바르고 손가락이 쑥 들어오는데 굉장히 놀랐다. 아프지는 않았다. 치욕스러움과 당황의 오묘함. 그리고 잠시후 내시경이 들어오는데, 입구를 지난 느낌은 나는데 들어오는 느낌은 없었다. ‘들어오는건가?’ 하는데 아래를 보니 의사선생님이 무언가를 계속 넣고 있다. 영차영차. 말씀하시기를 장이 1미터가 넘어서 내시경도 1미터를 넣는단다. 아직도 멀었다는 뜻이겠지. 느낌이 아주 괴상하다. 화면에 나온 내 속을 본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고야 만 것이다. 장청소는 잘 되어 보인다. 선홍색 꼬불거림이 곱창같다. 난 돼지띠니까 돼지곱창.
장이 꺽이는 부분에서 묵직하게 아프다. 찌르는게 아니고 아주 세게 진득히 확 미는것 같이 아프다. 참을 수 있는건 진통제 때문이거나 장속에 통증을 느끼는 놈이 적어서 그런거 같다. 꺽이는 부분마다 굉장히 불쾌하고 압박이 온다. 이제는 거의 끝에 온거 같은데 “불편하실꺼에요” 라고 하시네.
엄청 불편한 느낌이 난다. 억 소리가 나고 코너에서 스무스하지 못한 내시경이 느껴진다. 내 뱃속에 에얼리언이 있는 느낌이다. 어떠한 생명체로 가득찬 느낌. 그리고 움직인다.
이제 다 집어 넣었고 빼면서 본다고 하신다. 적당히 나오고 나서부터는 편안하다. 이미 들어갔는걸 어쩌겠나. 배에 힘주지 말고 숨크게 들어마시라고 한다. 그래 난 하나의 고깃덩이. 시키는대로 한다.
중간에 용종 같은 걸 뜯어내신다. 전혀 감각이 없다. 근데 뜯어낸 곳에서는 피가 났다. 이래서 대장암은 증상이 없다는 거구나. 그냥 눈감고 있으면 편하데서 그냥 눈감고 있었다. 드넓은 초원에 언덩이를 내놓고 자연을 느끼는 상상을 한다. 잠못자서 피곤하기도 하고, 온도도 춥지 않게 되어있고, 엉덩이를 누군가에게 맡긴 와중에 불안할 것도 없었다.
거의다 다왔다고 하셨다. 뺄 때 힘주지 말라고 하신다. 난 두가지 상상을 했다. 첫째는, 내시경이 빠질때, 뽁 하고 소리가 나지 않을까. 둘째는, 콰과과하는 설사가 나오지 않을까. 아니, 전혀 달랐다. 푸시시 하면서 구멍난 타이어 바람 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축축하다. 배가 너무 빵빵하다. 스파게티를 했는데 양을 잘못잡아서 엄청 많이 했는데 무식하게 다 먹어 치우고 배가 터질것 같은 기분이었다.
화장실로 안내해 주었다. 방구도 안나온다. 엉덩를 잘 닦는다. 방구가 안나와. 배가 엄청 빵빵하고 단단하다. 앉기 힘들어서 화장실 앞에서 서서 왔다갔다 했다. 회복실이 보인다. 모두 왼쪽으로 새우자세를 하고 잠들어 있다. 매트릭스의 한장면이 생각났다. 중간중간 희미한 아이고 소리가 들렸다.
구경하는 중에 간호사가 오셨다. 그상태로 설명을 듣고 차를 끌고 집으로 갔다. 난 비수면이기 때문에 바로 갈 수 있었다.
집에 와서 화장실에 앉으니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시원한 방귀를 뀔 수 있었다. 그리고 배가 점점 편안해 졌다.
결론은, 비수면 위장내시경과 비수면 대장내시경은 할 만 하다.
다만, 시간적 여유가 있고 건강검진을 초긴장상태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 수면으로 진행하는편이 좋겠다.
'세상 쓸데없는 행동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얀센 접종 시간대별 후기 (0) | 2021.06.12 |
---|---|
무조무 원스 외용액 (0) | 2021.06.10 |
변기 세정제 자국 지우기 (0) | 2020.11.25 |
눈이 아프다. (0) | 2020.08.21 |
안과에 다녀왔다. (0) | 2020.07.10 |